• 사진 잘 나오는 궁극의 타이밍
  • 글=김성윤 기자 gourmet@chosun.com 
    사진=김승완 기자 wanfoto@chosun.com 
    입력시간 : 2008.10.23 09:02

    • 사진을 묘사하는 가장 흔한 말은 '빛의 예술'이란 표현이다. 이 말은 결국 사진가는 피사체가 아니라, 빛과 싸워야 한다는 말과도 같다. 

      김태영(36)씨보다 더 절실하게 '빛과의 싸움'을 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김씨는 '타짜' '국경의 남쪽' 등 무수한 영화와 CF에 꼭 맞는 촬영지를 찾아내는 로케이션 매니저(location manager)란 직업을 갖고 있다.
    • ▲ 08:30_ 물안개가 충분히 피어올랐다. 물을 뚫고 올라온 나무 그림자가 물 위에 선명하게 투영된다. 신비롭기까지 하다. 단풍의 알록달록한 색감이 또렷하게 살았다.
    • "'○○동 ○○빌딩' 하면 아침 해가 빌딩의 어느 지점에 어떤 모양의 빛을 드리우는지, 석양이 어떤 각도로 어떤 색깔을 드리울지 머리에 떠오를 정도"라는 김태영씨는 "똑같은 장소라도 언제 어떤 빛을 받느냐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했다.

      "같은 사람이라도 아침과 저녁 느낌이 달라요. 아침의 약간 푸르스름한 빛을 받은 얼굴을 한 사람이 입김을 '후~후~' 불면 '힘내라, 파이팅' 하는 분위기가 나죠. 저녁 석양을 받으면 로맨틱하게 변하잖아요. 술도 한 잔 해야 할 것 같고." 김씨는 "빛의 미묘한 차이를 잡아내야 좋은 사진"이라고 말한다. 그는 장소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 4개 등급으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 ▲ 06:00_ 주왕산 국립공원 주산지. 해 뜨기 직전. 너무 어둡다. 나뭇잎의 질감이 살아나지 않고, 물안개도 피어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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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07:50_ 해 뜬 직후. 산속이라 그런지 여전히 어둡지만 1과 비교하면 훨씬 밝다. 단풍 색깔이 선명하게 표현된다. 물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 ▲ 08:14_ 또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주산지. 햇살이 대각선으로 숲을 침투한다. 나뭇잎이 역광 속에서 신선하게 빛난다.
    • ▲ 13:30_ 정오를 1시간30분 넘겼지만, 해가 여전히 높다. 하늘 꼭대기에서 균일하게 떨어지는 햇빛은 콘트라스트와 질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다. 사진이 밋밋하다.
    • ▲ (위/아래)17:00·17:25_ 해가 충분히 기울었다. 비스듬히 들어오는 햇살 덕분에 5와 비교해 질감이 훨씬 도드라진 사진이다. 하지만 너무 어둡다. 산속이라 해가 일찍 진다. 물안개도 없다.

    • ● 빛 1등급
      _ 가장 찍기 좋은 빛. 해가 뜬 직후, 또는 지기 전 길게 누웠을 때이다. '매직 아워(magic hour)'라고도 한다.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고,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대비(콘트라스트)가 커져서 감정을 살릴 수 있다. 요즘(10월 23일 현재)은 오전 6시 20분부터 7시까지, 오후 4시에서 5시 30분 정도. 일출 직전이나 일몰 직후도 좋다. 해가 뜨기 직전 하늘과 구름이 푸르스름하거나, 해가 지기 직전 불그스름한 기운이 돌 때 느낌이 아주 좋다. 

      ● 빛 2등급_ 오전 9~11시. '베스트'는 아니나 무난하다. 이것저것 찍을 수 있다. 

      ● 빛 3등급_ 오후 2~4시. 역시 빛이 무난하다. 화면을 구성하고 카메라 장비를 세팅하고, 연기자들이 감정을 잡으면서 매직 아워를 기다리기도 한다.

      ● 빛 4등급_ 정오. CF나 영화 계통에서는 '중꼬'라는 일본말 속어로 통한다. 햇빛이 균일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대비감이나 드라마틱한 느낌이 없다.

      "1등급 중에서도 '1++' 등급을 꼽을 수 있을까요? 한우 쇠고기처럼요." 

      "일출 직후, 20분 내 없어지는 극히 짧은 빛이에요. 햇살이 사물에 닿기도 전, 주변 사물을 볼 수는 있지만 콘트라스트는 없는, 차분하게 가라앉은 느낌이 기가 막혀요." 
       


      => [화보] 한국의 아름다운 호수 여행
      => [화보] 삶의 여유를 찾아 떠나는 펜션여행
      => [화보] 삶의 여유로운 시간속으로~ 까페여행

      원본 자료 : http://spn.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0/31/2007103100310.html

Posted by 두장

[사진이론]합성사진은 현실을 재현하지 못하는가?



미국과 이라크 사이의 전쟁이 한창이던 2003년 3월 31일 LA타임즈신문 1면에는 눈길을 끄는 사진이 실렸습니다.
그것은 이라크 남부 바스라 지역에서 한 영국군 병사가 피난민들을 이라크군의 사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피난민들에게 앉으라는 손짓을 하는 장면을 찍은 것으로 소개되었습니다.
LA타임즈의 종군사진기자 브라이언 월스키가 찍은 이 사진은 여러 통신사에서 보내온 500여 장의 사진들 중에서 선택된 것이었죠.
사진에 재현된 장면은 아주 극적이고 상징적이어서 LA타임즈 외에 하트포드 커런트와 트리뷴도 이 사진을 지면에 실었습니다.
그런데 커런트의 한 직원이 사진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게 됩니다.
조작 여부에 대해 추궁을 받은 월스키는 그것이 더 좋은 장면을 구성하기 위해 컴퓨터로 두 장의 사진을 합성해 만든 것이라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사과문을 발표해야 했고, LA타임즈는 4월 1일 그를 해고하게 됩니다.

이 사건은 전 세계 언론을 통해 보도됩니다.
모든 언론은 이 사건이 기자의 윤리강령을 어기고 독자의 신뢰를 저버린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며
언론 전체에 피해를 주는 사건이라는 요지의 기사를 내보냅니다.
기사에 등장한 사진기자들은 월스키의 행위에 분노와 유감을 표명합니다.
2001년 캘리포니아 사진기자 협회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사진가"상을 받은 유능한 사진기자였던 월스키는
이 일로 인해 다시는 언론사에서 일할 수 없게 됐을 뿐만 아니라
그에게 수상의 영광을 준 다른 사진들도 조작된 것일 수 이싸는 의심을 받아야 했습니다.

월스키의 사진은 일반인의 눈에는 전혀 조작된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 사진을 실은 여러 신문의 편집 전문가들도 전혀 조작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죠.
사람들은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여섯 배 확대해 보고 나서야 비로소 조작의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한 직원이 조작의 가능성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이사진은 이라크 전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들 중의 하나로 인정됐을 것입니다.



이 사진을 만들기 위해 월스키가 사용한 두장의 사진을 보면 사실 조작된 사진과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의 동작과 위치만 조금 다를 뿐이죠.
어떻게 보면 이 사진은 그 당시 그 장소에서 일어났을 법한 장면을 충실히 재현하고 있습니다.
단지 사람들이 정확히 사진과 같은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지 않았을 뿐입니다.
사진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모두 그 장소에서 동일한 시간대에 존재하고 있던 것이기 때문에 사진의 지표성 또한 손상되지 않았습니다.
그 사진은 영국 병사가 피난민을 통제하는 사건을 구성하는 부분으로 그 사건을 지시하고 재현합니다.

월스키의 입장에서 본다면 실제로 벌어져썬 장면들을 담은 사진들은 행위자들의 동작과 위치는 미적으로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에게 주어진 사진들을 가지고 그가 보기에 사건을 가장 잘 재현하며 미적으로 "적절히"아름다운 사진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그의 이러한 행위가 윤리적으로 그처럼 강하게 비판을 받을 만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할 것입니다.




알제리에서 민간인들에 대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테러가 한창 자행되던 1997년 9월 23일 AFP 사진기자 호신은 알제리의 벤탈하에서 250명이 살육된 사건이 있은 후,
다른 여인의 위로를 받으며 울음을 터뜨리고 있는 한 여일늬 모습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다음날 거의 모든 유럽신문은 이 사진을 지면에 싣고 자신의 8명의 아이가 살해된 현장에서 울부짖는 어머니의 모습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사진에는 곧 '피에타' 또는 '마돈나'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들라누아가 보기에 유럽인들이 이 사진에 큰 관심을 보였던 것은 유럽인들이 공유하는 기독교 문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여인의 사진이 지니는 동작, 옷, 조형적 요소들이 모두 기독교인들의 사회적 기억 속에 뿌리내린
자식을 잃어버린 어머니의 고통을 재현하는 상징적 형상인 '피에타'를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유럽 언론의 편집자들에게 있어서 유럽인들에게 소중한 이미지인 '피에타'를 상기시키는 이 사진은 큰 상징적 힘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후에 사진 속의 여인은 살육현장에서 8명의 자녀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오빠 부부와 여조카를 잃어버렸으며
이 사진 또한 살육의 현장에서 촬영된 것이 아니라 희생자들의 가족들이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한 병원에서 촬영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이처럼 사진에 대한 설명이 잘못된 것이었다는 것이 밝혀진 후에도 사람들은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그 여인이 자신의 아이들을 희생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사진이 갖는 상징적 힘을 전혀 퇴색시키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실제로 이 사진은 한 사회 전체의 고통을 재현하면서 유혈 테러에 의해 수많은 양민들이 희생되고 있는 알제리의 상징이 됐습니다.

월스키의 사진은 조작된 것이지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았습니다.
반면에 호신의 사진은 좍되지 않았지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합니다.
호신의 사진보다 훨씬 더 심하게 악의적으로 사진에 거짓된 설명을 붙임으로써
사람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사진의 사용 사례들이 종종 발견됩니다.
하지만 그러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기자나 편집자가 윤리적으로 비난을 받으면서 해고와 같은 중징계를 받는 경우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사진 설명의 실수"라는 간단한 해명으로 문제는 사라집니다.

월스키의 사진은 확실히 근대적인 사진 저널리즘의 윤리를 위반했습니다.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가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사진기자의 윤리를 저버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한다면 그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달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건의 한 순간을 공간화해 보여주지 않은 것입니다.
그는 사건의 여러 순간을 조직해서 그가 이해한 방식으로 사진을 공간화해 보여준 것입니다.
그가 비판받는 것은 사건을 왜곡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건의 한 순간만을 공간화해 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순간의 불가침성"이라는 사진 저널리즘의 오래된 신화를 위반한 것입니다.
편집인이나 다른 기자들보다는 오히려 동료 사진기자들이 월스키의 행위에 더 분노했던 것은 이 때문입니다.

사진조작에 의한 현실 왜곡의 위험보다는 잘못된 사진설명에 의한 현실 조작의 위험이 훨씬 큽니다.
사진이 마루이 조작되고 왜곡된 것이라하더라도 사진설명이 이를 알리거나 바로 잡는다면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습니다.
사진은 현실을 보여줄 뿐 현실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다.
거짓과 왜곡은 현실을 보여주는 것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대해 말하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사진이 보여주는 현실은 객관적으로 기록된 현실일 수도 있지만 흉내내어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두가지 경우 모두 우리가 현실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사진 조작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은 원래 사진에는 있던 콜라 캔을 지웠다던가
사진 속 인물의 치열을 가지런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든가 하는 문제에 대해 매우 흥분하며 문제를 제기합니다.
그들이 보기에 그러한 조작은 용서할 수 없는 행위인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러한 조작이 사진이 재현한 현실의 모습을 심각하게 왜곡시켰는가 하는 점입니다.
우리가 기사의 왜곡에 대해 말할 때 그 기사가 사건의 세부요소 하나하나를 정확히 설명하고 있는가,
사건 당사자의 말을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옮겨 적었는가 하는 것은 고려대상이 아닌 것입니다.
우리가 기사의 왜곡이나 오보라고 말하는 것은 사건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건을 기술하는 것입니다.
이와 동일한 기준이 사진에도 적용되어야 합니다.
사진이 현실을 다르게 재현한다거나 현실을 왜곡한다는 비판은 특정 요소를 삭제하거나 합성했다는 사실에서 비롯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조작됐다는 사실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디지털 영상기술의 도입으로 사진은 도상성과 지표성을 유지하면서 현실의 가장 상징적인 모습을 재현할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현실보다 더 현실에 가까운 영상을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입니다.
포스트 포토그래피 시대의 사진은 현실의 대상과 아주 비슷하게 닮으면서도 그 대상과 연결되어 있는 영상을 통해 현실을 재현합니다.
비록 사진을 통해 재현된 장면이 반드시 현실에서 그대로 존재했었던 것이라는 확신은 사라졌지만
그대신 시물레이션을 통해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처럼 사진이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재현한 현실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이제 수용자의 몫입니다.



andoWKS15 |
이 사진속의 진짜 새는 몇마리 없습니다.
좀더 극적인 장면을 위해 포토샵으로 만들어낸 가짜 새들이 대부분입니다.


원본 : http://www.ssdslr.com/bbs/zboard.php?id=blecture&no=490
Posted by 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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