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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09 막걸리 주점을 가다
막걸리 주점을 가다
작년 어느 무렵부터던가 막걸리 주점이 갑자기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향수를 자극하는 분위기에 옛 생각이 절로 나 술잔으로 자꾸 손이 가는데, 술맛도 남다르다. 막걸리는 살아 있는 효모가 가득하고, 소화를 돕는 식이섬유가 들어 있으며 비타민 B1, B2가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는 것이 주인장들의 설명. 분명 막걸리인데도, 깔끔하고 시원해 목 넘김이 부드럽다. 바로 이것이 요즘 막걸리 주점이 곳곳에서 생겨나는 이유다.
대복상회
대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점 중 하나로, 둔산동, 태평동 등 대전에만 다섯 군데 주점이 있다. 주말이 되면 앉을 자리가 없어 바깥에서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을 정도. 젊은 사람들은 처음에는 대복상회 막걸리가 입맛에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걸쭉하고 텁텁한 맛이 딱 옛날 어른들이 즐겨 마시던 그 맛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옥천에 있는 양조장에서 2~3일 숙성시킨 막걸리를 말통에다 직접 담아온다. 대복상회의 인기 일등 공신은 복고스런 인테리어. 주인이 드라마 ‘야인시대’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꾸민 것이다. 종업원들도 그 시절 웨이터처럼 흰 남방에 나비넥타이 차림.

메뉴_매운돼지갈비찜 1만5000원, 계란말이 8000원, 등갈비탕 1만5000원, 막걸리 1주전자 4000원 영업 시간_오후 5시~다음날 오전 5시 문의_042-487-2240

1 1960년대 신성일, 엄앵란 주연의 영화 ‘하숙생’의 빛바랜 포스터.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분위기에 조금도 어색해하지 않는 눈치다.
2 70년대부터 카페에서 비디오자키와 가수로 활동했던 DJ 김성중씨는 손님들의 신청곡을 즉석에서 받아 구수한 멘트와 함께 틀어준다. DJ가 틀어주는 7080세대의 유행가가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옛 추억을 끄집어 내게 한다.
탁사발 퓨전대포집 얼음 막걸리

전국에 100여 군데 체인점이 있는 막걸리 주점. 대부분의 체인점이 복고풍으로 인테리어를 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집 막걸리는 물맛 때문에 ‘소백산 산삼이 썩어서 우러나오는 물’이라고 불렸던 소백산 천연 탄산수로 만드는데, 이 물로 술을 빚으면 톡 쏘면서 알싸한 맛이 감돈다고 전해온다. 이 집 막걸리는 청와대에 납품하는 막걸리로, 미식축구 MVP 하인스 워드가 방한했을 때 시음하기도 했다. 그중 검은콩 막걸리는 독특한 메뉴로 막걸리를 빚을 때부터 검은콩을 넣어 영양을 고려한 막걸리.

메뉴_김치전 2900원, 매운고갈비 7900원, 가오리회무침 7800원, 40cm 치즈계란말이 7900원, 해물떡볶이 9500원, 막걸리 한 사발 1000원, 막걸리 한 주전자 3000원, 검은콩 막걸리 3900원 영업 시간_오후 4시~다음날 오전 5시 문의_080-200-2007

1 20대부터 60대까지, 요즘 막걸리집에는 세대차이가 없다. 일본식 주점이나 카페와 달리, 시끌시끌한 분위기가 좋아 일부러 단골이 된 사람도 많다.
2 주점 안에 전봇대와 가로등도 있고, 다른 가게 쇼윈도도 있으니 마치 남의 가게 앞에 좌판을 펴고 술 마시는 호기로운 분위기다.

시장통 퓨전 대포집 얼음 막걸리
남한산성 양조장에서 가지고 오는 시장통 퓨전 대포집의 막걸리는 남한산성 지하수를 끌어다 만든 것. 넘기는 맛이 부드럽고 구수해서 젊은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있다. 60~70년대 거리 풍경을 메인 테마로 잡았는데, 이 집의 특이한 이벤트는 4000원 하는 파전이 비 오는 날 공짜라는 것과 하이힐을 신고 방문하는 여자 손님들 중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 구두굽을 갈아주는 것이다. 또 그 주의 로또 번호 6자리와 4자리를 추가, 총 10개의 숫자를 맞히는 손님에게는 그날은 모두 공짜로 서비스하는 등의 다양한 이벤트로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었다.


메뉴_쓰리걸리 한판(특대 막걸리+스페셜 식판+탕+부추전) 1만원, 방석해물전 1만원, 양푼이 찜닭 1만5000원, 김치우동전골 7000원, 막걸리 한 사발 1000원, 막걸리 한 주전자 3000원 영업 시간_오후 4시~다음날 오전 4시 문의_02-2208-7731

1 70년대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산아제한 표어가 향수를 자극한다. 더불어 잔을 부딪치는 횟수는 늘어만 간다.
2 그랑프리싸롱, 기쁜소리사, 동보약방 등 60, 70년대의 간판이 걸려 있는 내부. 시장에 실제로 와 있는 듯한 분위기에 술맛도 더 진하고 이야기도 더 진솔해진다.
탁배기 한사발
탁배기 한사발에서는 전통 방식 그대로 누룩만을 이용해 막걸리를 만든다. 가평 청정암반수로 만든 이곳의 막걸리는 효모가 살아 있어 트림이 나지 않고 두통도 오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요즘 젊은 층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막걸리를 개발했는데, 막걸리에 탄산을 주입시켜 부드러운 맛을 내는 아이스 탄산 막걸리, 청양고추를 24시간 숙성시켜 목 넘김이 자극적인 폭탄 막걸리, 오렌지, 자몽 등으로 맛을 내 과일주스 맛이 나는 웰빙 칼라 막걸리가 반응이 좋다. 드라마 ‘대장금’에 막걸리를 협찬했던 집.

메뉴_퓨전 감자빈대떡 6900원, 김치누룽지탕 9000원, 탁배기 한 사발 1000원, 생막걸리 3000원, 생동동주 5000원 영업 시간_오후 5시~다음날 오전 2시 문의_02-3482-9222

1가을바람 맞으며 테라스에서 기울이는 막걸리 한 사발의 여유. 겨울이 다가오는 것이 못내 아쉽다.
2 부모님 세대가 즐겨 읽었던 60,70년대 잡지들, 『선데이서울』, 『주간경향』 등이 덕지덕지 붙은 벽과 은은한 조명, 막걸리 한 사발이 제법 잘 어울린다.
뚝배기 탁배기
탁배기는 막걸리나 탁주를 뜻하는 경상도말로, 이번 한글날 한글학회에서 주관한 아름다운 우리말 가게 이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집의 막걸리는 인간문화재가 빚은 참살이 탁주로, 수입 쌀과 수입 밀가루로 만드는 다른 막걸리와 달리 100% 이천 쌀로 만든다. 숙취와 트림이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이 집에는 키위, 파인애플, 바나나 등의 생과일 탁주도 판매하는데 깔끔하고 상큼한 맛 때문에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6년근 인삼을 갈아 막걸리에 넣어 만든 수삼주도 인기 메뉴. 점심에는 식사도 된다.

메뉴_돼지고추장찌개 1만원, 날치알 김치 계란말이 8000원, 직화구이 1만2000원, 콩비지 뚝배기 5000원, 참살이 탁주(병) 6000원, 수삼 탁주 8000원, 바나나 탁주 7000원 영업 시간_오전 11시~다음날 오전 2시 문의_1588-0581 www.dduktak.com

1 나무 메뉴판은 메뉴를 알리는 동시에 인테리어 장식도 된다. 손으로 쓴 글씨가 정겹기 이를 데 없다.
2 분위기만 보고 가게에 들어온 손님들도 텁텁하지 않고 의외로 깔끔한 막걸리 한잔에 단골이 된다. 술 싫어하는 여성들도 키위 막걸리, 바나나 막걸리엔 호기심을 보인다

Posted by 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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